“어리다고 장애 있다고… 극장에서 배제돼선 안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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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어 바로우랜드발레단 예술감독
무용극 ‘OH! 타이거’ 등 국내 초연
“특수학교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적어도 극장에서만큼은 어리다고, 장애가 있다고 배제돼선 안 돼요. 모두가 환영받는 세상이 더 행복한 세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서울 종로구 아시테지 사무실에서 18일 만난 너태샤 길모어 영국 스코틀랜드 바로우랜드(배로랜드) 발레단 예술감독(50·사진)의 말이다. 국내 대표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 축제로, 올해 31주년을 맞은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 바로우랜드 발레단은 무용극 ‘타이거’와 ‘OH! 타이거’를 국내 초연한다. 올해 축제는 소수자, 기후 위기 등 ‘공존’을 주제로 한 8개국의 총 13개 작품을 30일까지 선보인다. 바로우랜드 발레단은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1∼23일 공연한다. 20일 현재 전석 매진된 상태다.

바로우랜드 발레단의 두 무용극은 부모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한 소녀의 집에 호랑이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감옥을 닮은 무대세트 속, 갈등으로 가득했던 가족의 세계는 호랑이로 인해 발칵 뒤집어지고 사랑이 다시 피어난다. 길모어 감독은 “어린이 작품은 더욱 까다롭게 만들어야 한다. 지루하면 바로 티 나는 아주 정직한 관객이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서사는 전부 덜어내고,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무용극 ‘OH! 타이거’에서 무용수들은 어린이 관객들과 함께 뛰고 구르며 무용수와 관객 간 전형적인 틀을 벗어던진다. 바로우랜드발레단 제공
무용극 ‘OH! 타이거’에서 무용수들은 어린이 관객들과 함께 뛰고 구르며 무용수와 관객 간 전형적인 틀을 벗어던진다. 바로우랜드발레단 제공
22, 23일 공연되는 ‘타이거’는 시청각은 물론이고 후각과 촉각 등 감각적 요소를 극대화했다. 호랑이 배역 무용수의 의상엔 오렌지향 오일을 발라 극 초반의 분위기와 강렬히 대비되게 했다. 공연에는 실제 오렌지 180여 개가 사용된다. 공연 후반부에 관객과 무용수들은 오렌지를 손으로 가르고 가볍게 던지며 신나게 논다.

‘OH! 타이거’는 신경다양성을 가진 어린이 관객을 위해 ‘타이거’를 각색한 작품으로, 21일 공연된다. 자폐스펙트럼 등으로 가만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했다. 줄거리를 비롯한 작품 구성은 더욱 단순히 하되, 관객과 무용수가 교감하는 도입부는 강화했다. 무용수가 어린이 관객 옆에 앉아 바닥을 두드리면 되받아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그는 “특수학교 학생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참여하기에 매번 새로운 작품이 나온다”며 웃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었지만 “부모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모두 내면에 어린이를 품고 있어요. 냉소적인 어른이 돼버렸지만 오렌지를 손에 쥔 순간 ‘나도 제법 잘 놀지’란 사실을 다시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그 행복감을 나누길 바랍니다.”

전석 5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길모어#바로우랜드발레단#oh!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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